방콕에서 이어진 한-일 '말 대 말' 공방전…싱가포르·중국도 가세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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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jar Tayang | 방콕에서 이어진 한-일 '말 대 말' 공방전…싱가포르·중국도 가세 - 한겨레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매우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수출 통제에 대한 검토는 필수적이고 합법적이며 자유무역 체제와 양립할 수 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일본이 2일 오전 각료회의(국무회의)를 열어 수출통제 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뒤 1시간여만에 한-일 두 나라 외교장관이 타이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만나 공방전을 이어갔다. 싱가포르 등 회의에 참석한 일부 다른 나라의 외교장관은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뺄 게 아니라 아세안 국가를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한국 쪽 입장에 힘을 보태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적으로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외교장관들이 특정 국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관례에 비춰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공방의 시작은 강 장관이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각·한국 시간으로 11시) 회의 시작 직후 이뤄진 머리발언에서에서 일본의 결정을 겨냥해 “오늘 아침 일본이 우리 나라를 포괄적인 수출 우대 혜택을 받는 무역 동반자의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여러분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것(일본의 결정)은 매우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결정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결정에 심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말로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일본이 한국에 주요 수출 품목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뒤 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며 “공정하고 차별 없는 무역을 확대하려는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같은 아세안 관련 회의에서 외교 장관들이 발언을 할 때는 특정 국가명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날 오전 일본의 각의 결정이 있었던 터라 강 장관이 일본을 직접 명시하며 비판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의 발언이 끝난 직후 외무상은 “나는 강 장관이 하는 불만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맞받아쳤다. 고노 외무상은 “안보적 관점에서 민감한 상품과 기술에 대한 효과적인 수출 통제를 유지하는 것은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일본이 져야할 책임”이라면서 “수출 통제에 대한 일본의 필수적이고 합법적인 검토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과 관련 규정을 포함한 자유 무역 체제와 완전히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노 외무상은 “나는 아세안 친구(국가)들한테 우리의 수출관리 조치에 대한 불만을 들은 적이 없다”며 “한국은 그동안 특혜적인 지위를 누려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거나 아니면 우리 아세안 친구들과 함께 동등한 지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일본이 정한 화이트 리스트에 올라 있지 않은 아세안 국가와 앞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일 뿐인데 뭐가 문제냐는 취지다. 일본 정부가 2일 각의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화이트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모두 27개 나라지만 여기에는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한 나라도 포함돼 있지 않다.
고노 외무상이 발언이 끝나자 이번엔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고노 외무상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꼬집었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고노 외무상이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된 한국이 이제 아세안 나라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됐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솔직한 말 한마디를 하겠다’면서 ‘아세안 일본이 규정하는 화이트 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았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뺄 것이 아니라 아세안 국가를 화이트 국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동아시아 지역 경제 통합을 위한 신뢰 구축, 증진 차원에서 상호 의존을 높여가는 것이 이 지역의 공동 번영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취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싱가포르 외교장관의 말에 공감을 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며 은근히 한국 정부에 힘을 보탰다. 왕이 부장은 발라크리쉬난 장관의 말에 ‘영감(insperation)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아세안 국가와 한·중·일 3국은 원 패밀리(one family·한 가족)인데, 이런 문제들이 생겨 유감스럽다. 이런 문제는 상대에 대한 신뢰와 선으로 해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일 갈등이라는 특정 국가 간의 문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이 직간접적으로 관련 발언을 이어가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공방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노 외무상은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 외교장관의 발언까지 나오자 수산물 수입 규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 등 한-일 관계 현안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이 사안들이 별개의 문제이고 일본의 수출 규제가 역사갈등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규범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고노 외무상은 이어 ‘한국이 청구권 협정을 다시 쓰려고 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발언도 했다. 이에 강경화 장관은 다시 발언권을 얻어 고노 외무상의 말이 틀렸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촉발된 최근 한-일 갈등의 연원을 설명하기도 했다. 방콕/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2019-08-02 08:34:1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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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북미 회담 때 김정은과 밤 산책했던 싱가포르 외교장관,
“화이트리스트서 한국 뺄 게 아니라 아세안 국가 포함시켜야”
“화이트리스트서 한국 뺄 게 아니라 아세안 국가 포함시켜야”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각국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 돈 쁘나뭇위나이 태국 외무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왼쪽)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과 회담 전날인 11일 오후 싱가포르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2019-08-02 08:34:1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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