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사생활을 공개하는 5가지 이유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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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나혼자산다' 방송캡처 |
한 지인은 이렇게 말하며 화를 냈다. 몇몇 연예인이 SNS에 올린 사진이나 글에 대해 대중의 비판적인 반응이 나오자 "사생활을 지켜달라"고 발끈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 지인은 "요즘 나오는 관찰 예능이 결국 다 ‘사생활을 파는 것’이 아니냐?"며 "그런데 원하는 반응만 얻으려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고 꼬집었다.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주장이었다. 요즘 TV 채널을 돌려보면 죄다 연예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평소 예능 출연이 뜸했던 소위 ‘톱스타’들마저 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도대체 왜 이처럼 사생활을 사고, 파는 것이 일상화된 것일까?
#시대가 변했다
2000년대 이전 예능은 스튜디오가 기반이었다. 여러 출연진을 한데 모아 놓고 노래를 부르거나 게임을 한다. 혹은 속내를 들어보는 토크쇼가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무한도전’과 ‘1박2일’을 앞세운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열렸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스튜디오를 박차고 나왔다. 후발주자인 ‘패밀리가 떴다’와 ‘런닝맨’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이후 예능의 주도권은 관찰 예능이 쥐게 됐다. 시작은 육아였다. ‘아빠 어디가’가 성공한 이후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오 마이 베이비’ 등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들이 그들의 2세를 키우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집과 사생활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중의 입맛은 또 다시 변했다. 시들해진 육아 예능이 떠난 자리는 스타들의 실제 삶을 보여주는 사생활 예능으로 치환됐다. ‘나 혼자 산다’가 인기를 끌자, 유사한 포맷에 출연진의 어머니들을 패널로 앉힌 ‘미운 우리 새끼’가 등장했고, 최근 론칭된 tvN ‘온앤오프’ 역시 카메라 앞과 뒤의 사뭇 다른 연예인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설정이 ‘나 혼자 산다’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렇듯 예능의 흐름이 바뀌면서 사생활을 철저히 감추던 연예인들도 하나 둘 그들의 집 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었다.
#사니까 판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트렌드는 지상파,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 등 TV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각 방송사 예능국은 관찰 예능에 ‘꽂혀’ 있다.
사진제공=tvN |
결국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 수많은 사생활 노출 프로그램이 시장에 공급되고 그 안을 채울 인물을 찾기 위해 각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연예인 섭외로 분주하다. 신작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필요로 하는 이들도 보다 많은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사생활 노출 예능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사생활이 베일에 싸여있던 배우 유아인이 최근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사는 집을 공개한 것과 그의 주연작인 영화 ‘#살이있다’의 개봉 시기가 겹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예능 출연을 결심하고, 당연히 가장 대중적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요즘은 ‘나 혼자 산다’와 같은 사생활 노출 예능이 그 주도권을 쥐고 있을 뿐이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Mnet ‘슈퍼스타 K’ 이후 모든 방송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놨다"며 "결국 방송사들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요즘은 과도한 설정이나 대본을 기반으로 해 웃음을 유발하는 프로그램보다 카메라 뒤 연예인들의 삶을 보길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사생활 예능으로 쏠림현상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이 원하니 판다
예능 제작진은 항상 스타와 이슈를 원한다. 시청자를 모으고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숙명이다. 그렇다면 연예인 입장에서는 왜 사생활을 파는 것일까? 연예인은 제작진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진 않는다.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는 기꺼이 몸을 튼다.
예능의 소재는 계속 바뀌고 있지만 2000년대 접어들며 절대로 바뀌지 않는 한 가지 대전제가 있다. 바로 ‘리얼’(real). 짜인 각본에 의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다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은 대본과 설정에서 벗어난 ‘자연스러움’을 원한다.
그리고 관찰 예능, 그 중에서도 빼어난 외모를 가진 ‘워너비 스타’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예능은 요즘 대중이 선호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대중이 평소 보지 못하던 그곳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사생활은 다양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생활이 존재한다. 특히 세대 구성원에 따라 그들의 삶은 판이하다. ‘나 혼자 산다’와 ‘미운 우리 새끼’ 등은 싱글족의 삶을 보여준다. 최근 혼자 사는 ‘나홀로족’이 늘어나는 것과 이런 사생활 예능의 인기가 상승하는 것에는 분명한 상관 관계가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사생활 예능은 또 있다. MBN ‘우리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의 키워드는 ‘이혼’이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배우 박은혜, 유혜정, 이지안 등이 출연해 그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늘어놓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배우들이 그들의 이혼을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이혼율이 급증하며 이혼은 더 이상 흠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됐다"며 "이혼을 감추던 적잖은 대중에게,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이혼의 아픔을 달래는 연예인의 모습은 동질감과 대리만족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 외에도 ‘동상이몽’과 ‘아내의 맛’, ‘1호가 될 순 없어’ 등은 연예인 부부의 삶을 보여주되, 예전과는 그 방식이 사뭇 달라졌다.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갈등과 다툼을 여과없이 노출한다. 대담하고 노골적인 방식이지만, 실제 부부의 삶에 훨씬 더 가까운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혼인 여부, 자녀 유무 등에 따라 인간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이런 다양한 형태의 연예인 가족을 통해 사생활 노출 예능이 각자의 방식대로 변주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JTBC |
#관음증인가? 동질감인가?
이런 사생활 노출 예능이 ‘관음증’(觀淫症)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인간의 훔쳐보기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생활 노출은 이미 예능의 소재가 아닌 일상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요즘은 ‘SNS 시대’다.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쓰고 다양한 SNS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삶과 모습, 생각을 드러낸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를 엿본다. 사생활을 누구나 접속해 볼 수 있는 공간에 노출시켜놓고, 정작 누군가 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을 때 "사생활 침해다"라고 외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이런 현상은 관음증이 아니라 요즘 세대들이 연대하고 동질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볼 수도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가 열리며 실제 만남보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랜선 접촉이 크게 늘었다.
사생활 노출 예능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대중에게 친근하면서도 동경의 대상인 스타의 삶을 바라보는 것은 하나의 놀이문화 정도로 봐도 무방하다. 그들이 대중 매체를 통해 이를 공개했기 때문에 ‘엿본다’는 식으로 매도할 필요도 없다. 스타의 생활 방식을 보며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자기 위안을 얻거나, 그들이 쓰는 물건을 구매해 쓰면서 자기 만족을 느끼는 것도 대중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윤준호(칼럼니스트)
June 26, 2020 at 09:48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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